운명이란 존재할까요?
제 앞에 있는 문은 정말 컸습니다
높이만 3미터를 넘을 것 같았죠
방음처리를 한듯 싶었습니다
두꺼운 쿠션이 문 전체를 감싸고 있었거든요
금색 문고리가 달려있었는데
워낙 반들반들해서 제 얼굴이 다 비추더군요
저는 문고리를 잡았다 뗐다를 반복했어요
고민이 되었죠
제가 그토록 찾아헤맨 녀석이
이 문 뒤에 있는 걸 알았거든요
한동안 문고리를 만지작거렸더니
핏자국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
거기에 비추는 제 얼굴이
참 괴물같아 보이더군요
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을 운명이라고 합니다
그리고 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은 숙
명이라고 부르더군요
절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든
이 문을 여는 것이 저의 숙명처럼 느껴졌습니다
저는 문고리를 돌렸어요
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
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습니다